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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봄(광화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명주5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6회 작성일 17-04-16 01:04

본문

2017년의 봄(광화문)

                                        이 명 주

 

 

마지막 문의 열쇠가 서로에게 말달리는

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탄핵을 반대해서가 아니었다

무언가 물어보는 듯한 촛불의 눈을 싫어했고

시간의 갭을 증오했고

처지를 능멸했다

늙었다는 섭리를 자신에게 납득시키지 못해

공원에서 시간을 죽이기에는 지나온 세월이 억울했고

그들을 “종북좌파”라 몰아세웠다

 

촛불의 눈은 어눌하다. 철없는 아이처럼

동그란 내경 안에 갇혀 때로는 붉게 때론 노랗게

물결이 출렁일 때만 내부로 결속하는 눈 안에 정의

이기성이 고착화된 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이한 소란이었다

 

고개를 까닥거리며 바람에 휩쓸리는

요란스런 메뚜기 떼가 휩쓸고 빠져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민중의 지팡이, 이념

 

서로에게 달려드는 말에게

용서없는 매질을 가하는 지팡이

시청 앞 시계탑이 만종(晩鐘)을 울린다

냉담한 아침의 나라

 

골백번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그들을, 그들은 이름하여 “수구꼴통”이라 칭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말이 달린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질러 말 달리고

젊은이와 늙은이를 편가르며 말 달리고

강남과 강북 한강 물살을 가르며 말 달리고

남과 북엔 반세기 전에 이미 두 마리 외래종 말이

허리를 두 동강 내며 달려갔다

인터넷엔 익명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댓글로 말 달리고

종파 사이에는 대궐 같은 성전에서 서로에 이단이 말 달리고

자식과 부모 사이엔 거침도 없는 위대한 유산이 말 달리고

한때는 대륙을 떨게 했던 광개토에 말은 압록강변에서 오열하며 말 달린다

풀이나 뜯어 먹을 수치스러운 후손의 땅

용맹했던 범은 어디 가고 나약한 토끼 형상으로 남아

동북아의 중심에 터 잡은 희대의 광대 하나가 곱사춤을 추고 있었으니

백의민족이라,

 

그릇된 상식이 가장 만연하는 땅에

낙타가 곱사등에 역병을 싣고 서역(西域)을 건너왔다

 

정의(正義)에 정의(定義)가 가장 잘못 실현되고 있는 땅에

*아홉 말들이 춤을 추자 말세의 서막이 열렸으니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

 

 

*노스트라다무스에 예언을 인용

"춤추는 말의 숫자의 원이 9개가 되는 때 고요한 아침으로부터 종말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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