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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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담배
담뱃잎을 말리고 나서 잘게 가루를 낸 다음
얇은 종이로 말아 피운다.
어제 그녀가 떠났기 때문이다.
생각 날 때 마트에 들려 담배 한 갑 사들고
피우다 만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릴 만큼
나를 떠났던 여자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보건소 금연 클리닉 여선생과 사귈 때도
우린 서로 담배 한 개비 씩를 태우며
잿빛 재처럼 허물어져 가던 한 밤의 짧은 시간을
웃으며 건너뛰기도 하였다.
나의 허벅지에 손수 니코틴 스티커를 붙여주며
담배는 천천히 끊어야 합니다.
미소 짓던 눈빛, 그날 밤 날짜에서 소외되었던
그녀의 색깔 없는 입맞춤.
그녀도 나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
어제 그녀는 떠났다.
근시였던 어질러진 좁은 방안 구석에 흩어진 소염진통제 알알들
순수 담배를 말아 피우며
비로소 담배의 향기를 느끼는 일상
이게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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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잉크결핍님의 댓글

육손이라........삼국지의 천재들 중 한 명으로 평가받던 인물이지.
왜 육손이라 필명을 선택했을까!
그건 아무래도 자신이 그래 보이길 바래서라고 밖에 ㅋㅋㅋㅋ
좋은 시 잘 보고 배웁니다.
인과관계도 뚜렷해서 좋군요. 결구까지 시의 정수를 잘 관통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숙련된 솜씨이거나 뇌 탐방이 잘 된 사람이겠거니 합네다 ㅋㅋㅋㅋ
코멘트는 그냥 흥미로워서요. 실례실례실내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