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 단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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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
단골 밥집이 점심으로
소고기 뭇국을 내주었습니다
물컹하게 익은 무는 속살이 들여다보이고
모람모람 떠오르는 두부는 별스레
몸이 뜨겁더군요
김 오르는 밥을 말아 먹으려는데
한솥밥 먹는 친구가 국그릇에 들어앉아
빤히 쳐다보지 뭡니까
냄새가 풍길 텐데
하는 수 없이 입맛 없는 척
동동 뜬 파만 건져 먹었네요
꽃피는 봄날이라
꽃등심을 구워줄까 하다가
그러면 소에게도 미안해서
깨작거리던 국을 싸 왔습니다
때늦은 밥을 허겁지겁한 친구는
어디 사냥터인지 다시 가보자고
꼬리를 살랑거렸습니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아마 단짝 친구의 말금한 눈이 떠올랐겠지요
어릴 적, 참새를 잡으려다 엽총으로 우리 소의 눈을 스친 어느 마을에서 원정온
사냥꾼인지 참으로 슬펐던 기억 있습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생각나면 숟가락이 차마 멈춰지는 그런 날
있긴 있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소낭그님의 댓글의 댓글

시를 써보고는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쇄사님의 댓글

단짝은
이짝도 아닌 것이 저짝도 아닌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식구(食口) 참
징글징글해서
남은 것 싸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
남겨서 싸 가지고 가는
것 같습니다.
소낭그님의 댓글의 댓글

배부를 자유는 없지만 목 마르지 않을 권리는 있다
는 게 동물보호헌장 서두라고 하는데요.
요즘은 화사한 봄날, 함께 배고픈 산책을 나서볼까 합니다.
관심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활연님의 댓글

푹 고아 뼛속까지 우려내는 솜씨가 탁월한 분이 아니신가,
사료됩니다. 그 사료보다는 날것을 컹컹에게 먹이고
산책 나설 듯한 잘 생기고 키 크고
센티멘탈한 옷깃 세우고 들판에 서 있는 듯한. 소는 몸에다
꽃 피우고 시인은 들길에 꽃 피우는 존재.
소낭그님의 댓글의 댓글

댓글의 활연점정에 마음속 고목에서 벚꽃이 활짝 핍니다.
무언가를 지독히 증오하고 경멸하니까
단 한 글자도 써지지 않는 것을 보고
시는 참 요오오무우울이구나 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