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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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입술로 부유하던 바람이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펄떡이는 바다 한입 물고 허공의 둘레를 날아온 갈매기가
비린 주둥이를 날개 밑에 문지른다
밑은 본래 위였다
부신 햇살에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
먼 수평선을 돌아와 품으로 드는 파도가
내 오른쪽 귀밑으로 오래 깊어진다
어디에 목줄이 매였는지
컹컹 나를 건너려는 바다가
아무리 달려와도 나를 다 건너지 못하는 바다가
먹먹한 왼쪽 귀를 돌아나가
숨찬 무릎으로 엎어진다
생의 목줄은 겨우
허기진 밥그릇에나 닿을 길이로 태어나서
어쩌다 풀어진 개처럼 달려온 바다
이 앞에 서면
왜 돌아갈 일이 아득해지는지
깨지고 부서져 포말로 흩어진 것들
천길 물밑에 가라앉히고
철썩철썩 제 뺨을 때리며 우는 바다가
우리들 가슴 속에도 있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야옹이할아버지님의 댓글

삶의 고뇌가 삶의 괘적이 그대로 가슴으로 다가와 다시금 파도가 되어 드넓은 대양으로 되돌아 가는듯 싶군요. 누가 되었든 생은 허기진 밥그릇에 다다를 생명줄에 지남이 없지요. 다만 사람들이, 뭇생명들이 그걸 간과하고 있을 뿐!!! 모처럼 내안의 나에게 뺨을 때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자운0님의 댓글의 댓글

따뜻한 마음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봄날 되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