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혀서 왔어요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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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혀서 왔어요 /秋影塔
바닷길을 구부려 놓고 기다린 삼 년은 누렇게
녹이 슬었지만,
바닷물을 여과한 눈물은 버리지 못 했어요
검푸른 물과 파란 하늘이 가끔씩 마주보며
흘리는 눈물엔, 미처 대답하지 못한
호명들이 노란 리본으로 펄럭이는데
스스로 세월이 되어버린 세월 같은 배 한 척,
제주도는 너무 멀고 떠나온 인천항은
더욱 멀어서 이제는 남의 등에 업혀 바닷길 걸어
목포로 왔지요
삭아서 흐물흐물해진 등딱지와 이물, 고물
을 휘감은, 오십 미터의 무게로 짓누르는
푸른 이부자리는 너무 무거웠어요
그리운 이들을 만나 눈물을 포개며
시선을 마주치는 세월 속에서 이제 다시 또
떠나지는 않을 겁니다
영원으로 얻은 두 번째의 생,
그리하여 만난 엄마, 아빠! 그리고 가족
기왕에 목포에들 오셨으니 함께 삼학도도
걷어 보고 유달산에 올라 제주도나 멀리 바라보기로 해요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
맹골수로의 칙칙하고 음침한 물빛은
하늘로 가려 놓고 남은 이와 떠난 이의 고통 너머로
보이는 저 먼 제주도에 그리움의 눈길을 보내요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가슴아픈 현실 이네요
모두에게 반성과 성찰을 바라면서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 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배는 녹슬어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더구나 수습하지
못한 영혼뜰까지 있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요즘 따라 눈물 같은 봄비도 자주
오락가락 하고요.
감사합니다. *^^
callgogo님의 댓글

네, 그렇습니다.
그리움의 눈길이야 오죽 하겠습니까,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저, 작자들이 문제지요.
세상은 죽은자를 두번 죽이는 세상이 되어서는 아니될 터,
휴일 잘 보내세요. 추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진실은 밝혀질 거라고 항변하지만,
스스로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몸통,
반성은커녕 “억울하다”고?
꼴불견들입니다.
어떤 변명도 이 영혼들 앞에서는 통하지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
은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추영탑님
안녕 하십니까? 반가운 우리 시인님!
발을 동동 구르며 바라만 보고 같이 울던 3년 세월에 옆으로 누워
무시무시한 맹골의 물길 지나 유달산으로 선수를 돌려 꿈에 그리던
혈육의 품을 찾아 상봉의 준비가 한 참입니다
못다한 한을 어찌 풀으리요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비옵니다 전정이 구만리 같은 어린 파랑새들과
고인들의 가족에게 심신의 위로의 글 올립니다
시인님의 가슴 저린 시에 함께 하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요
추영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아마 몇 몇 족속들 말고는 모두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기다린 세월도 모자라 평생 가슴에
묻은 혈육, 이제 진상규명이나 확실히 해서
떠난 이들의 영혼이라도 달래 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

검정색에 푸른 색에 노란 색에 눈물이 겹치는 색
흐물해지는 온갖 색들
그렇지만 뚜렷이 기억해야할 색듷입니다
파릇파릇한 싹의 색들을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누군 노란색 리본만 보면 기겁을
했다는데
팔찌 차고도 반성을 못하니, 이렇게나
미지근한 감정도 있을까? 생각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