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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서서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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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41회 작성일 17-03-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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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서서 잠든다

아무르박


옹이가 박힌 살점이 떨어지고 통증이 없다
맨발에 옷을 매일 입히지만
지구의 자전축은 굳은살에 와 박힌다
뼈마디마다 족쇄를 채운 구둣발이여
뒷굽이 무너지면 쌀독극는 소리 절룩하다

지척이는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골목 끝에 개 짖는 소리 들릴 듯도 한데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마다 저녁은 말라간다
문 폐도 없는 숫자로 표기된 집 앞 벤치에 앉아
흰 분필에 끝없이 그어 되던 몽당연필이 된 꽁초들

산사를 오르는 저녁의 시선은 등불을 본다
주저앉을수록 고개를 드는 분노
날것의 기억은 생생하다
날마다 만선이라면 기쁨은 반감하는 것
초인종 소리 저편에 그리운 이의 얼굴만이 등불이다

소리가 잠드는 새벽
아궁이에 군불 때는 소리처럼 무아로 빨려들듯 한데
한번 흘러간 강물은 두 번 몸을 담을 수 없다.
추억이란 옹이가 박힌 살점이 떨어져 간 회고
발은 서서 잠든다

그대 나무여
밤사이 편안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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