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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눈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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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5회 작성일 17-03-22 14:04

본문

사라진 눈사람

 

이영균

 

 

눈 속에 갇히면 저 한 쌍의 노루 같을까?

상념은 어느새 폭설에 파묻힌 오두막

 

함박눈 속에서 체온을 녹일 때 나오는

연모의 기운이 뻐적뻐적

얼어붙은 지 이미 오래되었겠지만

속은 따뜻한 목화솜만 같아

상상의 나래 자유롭다

 

노루귀처럼 쫑긋하던 새벽의 어린 발자취

폭설에 파묻혀 다 사라지고

청춘이 겨우 노루 꼬리만큼 남은 해거름에

눈길 열어 보건만 이내 어둑살에

달뜨길 기다리는 낭만 고양이

이불 속을 파고드는 새벽 한기에

마법의 성 쌓던 잠, 삼십 년쯤 지난 후인 듯

낯선 오두막의 아침이다

 

토끼 같은 아이들도

여우 같은 아내와 오순도순

낭만 가득했던 한 생애가 그 아침엔

오래전 일이어서 그 희던 폭설 다 사라져

주름살로 엮긴 오두막뿐

 

마법에 갇힌 낭만의 밤 돌아보면 기꺼이

그 잠깐의 노루 한 쌍이고만 싶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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