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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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허울/유상옥
여름 허울이 풀밭에서 수줍다
그늘을 덮어도 뒷모습이 허전한데
어쩜 가을이라도 낳은 것인가
가출 소녀 김 양은 허울을 벗고
따가운 열기를 토한다
벗은 허울을 사랑하는 바람을
토하고 소주로 텅 빈 순결을 토하고
바다를 토하고 산을 토한다
풀밭 위에 가을을 해산한다
열여섯의 핏줄이 풀잎처럼 솟는데
젖은 허울이 만국기처럼 펄럭인다
풀물이 터지고 핏덩이가 쏟아진다
소녀는 세상을 낳았다
발길에 밟힌 허울 세상을 낳았다
매미 소리가 나뭇잎을 핥는다
벌레 먹은 잎들이 떨어지고
또다시 가을의 허울이 열린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오랜만에 뵙습니다 시인님!
풍성한 계절에 열리는 것이 허울이라면...
그 결실이 설마 그릇된 것이 아닐까요?
풍성한 가을이 역설로 비친 해산입니다
좀 기다리셨다가 홍시라도 몇 개 잡수시고
기운 차리십시요
계신 곳에 그게 있을까
궁금합니다만...
유상옥님의 댓글

김태운 시인님,
반갑습니다. 남가주 홍시가 배달은 되어도 고향 홍시랑
비교가 되지 않고, 미 서북부 인심이 달아도 고국의 누릉지 맛에
비하겠습니까?
잘 계시지요? 언제나 정다운 제주의 향취에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에 고운 시 많이 쓰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잘 지내시지요.
반가운 이름에 시선이 잡혔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시로 자주 오십시오.~
참 오랜 세월 이러고 사네요..
유상옥님의 댓글

오영록 시인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랫만이란 삶의 맛을 간직한다는 말이겠죠.
시의 맛을 깊게 우려내시는 시인님의 작품을 보면서
과연 시인의 모습이 이렇게 자람을 보았습니다.
미국 생활이 재미도 있지만 우리 말이 있는
땅보다야 많이 다르지요.
반갑고 감사합니다. 종종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