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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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가시나무 / 테울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그 때 그 시절
‘자리* 삽서, 자리 삽서’
시장바닥 한 뼘 좌판은커녕 마땅한 자리가 없어 비짝 마른 등짝에 자리 서너 말 짊어지고 무려 십리를
하루에 두세 번 오락가락 오르내리던 꽝*이다
서방 먼저 보내 살아남은 죄, 서푼 벌어 조상님들 봉양이며 한량 자식 뒤치다꺼리에다
어린 손들 끼니 챙기기 버거웠다
울음 삼킨 입가엔 당신의 나이테 같은 주름만 잔뜩
그러던 어느 날
유독 바쁜 행상을 끝낸 그날따라
바쁜 당신보다 더욱 바쁘다던 버스의 재촉에
꽝!
끝내 주저앉아버렸다
세상이 무너지듯 뼈마디가 부서졌으니
평생 꼿꼿하던 꽝마저 푸석푸석
족족 가시밭길에 뿌리 내려
앙상한 가시를 품어버린
그날, 이후
앉은뱅이 가시나무
우리 할머니
------------------
* 자리: 자리돔
* 꽝: 뼈
댓글목록
맛살이님의 댓글

어렵던 시절을
마치도 내가 활동사진을 보고있듯
묘사하셨네요, 깊은 시심에 감동!
가시나무 할머니 더욱 사랑 해 드리세요!
저는 할머니 얼굴을 못 뵙고 태어났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이미 지난 얘기입니다
구천에서 방황하실 할머니를 떠올리며 그려본
불효막심의 졸글입니다
감사합니다
callgogo님의 댓글

세월의 그늘이 그렇듯 주름과 기억을 지워버립니다.
우리의 인생이 다 그렇게 가거늘,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방패막이를 치고 난리복통인지요?
지난 세월을 돌이키면 순간인것을.....
좋은 시상 잠겼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하루 세끼도 먹기 어렵던 시절 이야기지요
지금 어떤이는 머리 만지는 데에만 한 번에 50만원이라는군요
밥으로 치면 약 100인 분
뭐가 정답인지 모를 요즘입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아득한 옛시절 이야기가
한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어쩌면 그건 살아왔던 우리의 정신 같기도 합니다.
늘 수준 높은 글이 시란 이런거로구나 고개를 숙입니다
잠시 좋은 시간으로 머물다 갑니다
평안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요즘 제각 등짝이 결려 가시에 찔린 것처럼 욱신거리는데
할머님께 불효한 생각만 자꾸 떠오르더군요
해서 떠올려본 편린입니다
감사합니다
김 인수님의 댓글

애잔합니다.
굽은시절 경사진 세상을 걸아가야하는 어떤 명제를 가슴에 화석처럼 새기고
힘들어도 아파도 고난의 길에서도 가야만하는 그날들
지금은 그 상처들이 아픔이 되어 주저 앉아버린 안타까운 생, 할머니의 삶이 애틋합니다.
많은 식구들 그 목구멍을 채워야 한다는
그 헌신적인 사랑이 세월이 흐를수록 무너지고 있습니다
의미 깊은 시상에 감동으로 읽고 갑니다
(당분간 마씨는 쉬고 김씨로 쓰겟습니다 ㅎㅎ 송구스럽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마씨? 양씨 말고 또 있었나요? ㅎㅎ
옛날 생각 잠시 떠올려보았습니다
잘 살아보세, 외치던 시절의
다 부질없는 얘기지만
이미 삭아버렷을 것 같던 가시가 되살아나
불효탓이라 되새기던 중이랍니다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잘 살아보세?
말로 되는 건 아니지요. 노랫말이야 참
좋지만··· 그 무렵에도 기업들의 뒷돈
긁어모아 하루 아침에 갑부 된 사람 몇
있었지요. 지금까지 그 돈이 까탈을 부리고는
있지만. ㅎㅎ
서럽게 고생하신 할머니 저 세상에서는
잘 살고 계시리라 ale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당시 우리 어르신들 모습이 거진 이와 닮앗으리라 봅니다
못된 늙은이들도 만만치 않앗겟지만
우리는 늘 못난 사람들 축에서
서성거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