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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수련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1회 작성일 17-03-16 00:08

본문

 

 

스토리 텔러

 

 

처음부터 관객 따위는 없었다

흐릿한 조명이 무대 위를 비추고

어디선가 나타난

삐에르,

서툰 연극이 시작되었다

여덟명의 자식들 틈에 여섯째로 태어난 나는

삶을 갖기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을 시작했다

어머니의 몸속에서처럼,

음악이 흐르고 관객 없는 무대 위에서

빛을 향해 간절한 몸짓을 던졌다

가끔, 무대 뒤에서 아버지 고함소리가 들려올 때도 있었다

그 소리는 아득히 멀기만 할 뿐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팔다리는

고함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불경스럽게도

땅바닥을 향해 썩은 뒷골목의 사춘기를

뱉어내기도 했다 조금 후련하고 조금 후회스러웠다

멍 자국이 흐릿해질 무렵

아스라한 계단 끝 마지막 층에 발을 올려놓고

돌아보는 늙은 아버지가 보였다

눈빛이 우주처럼 공허했다

나를 보는지 계단을 보는지 하늘을 보는지

알 수 없었다

검은 구름이 아버지를 삼키고

사방이 캄캄해 졌다

하늘이 가슴을 땅에 대고 세상의 모든 빛을 차단했다

하늘이 아버지고

아버지가 하늘이었다

흙으로 덮어야 싹이 돋듯이

잭의 콩나무처럼 구름속으로 내가 돋아났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아버지

거기 있었다

여덟 남매가 주렁주렁했지만 고함소리는

포근했다

내가 그 계단 끝에서 아득한 세상의 나를

우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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