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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칼라피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6회 작성일 17-03-13 18:19

본문


-새


나는 지구의 창세기 때부터

이브를 만들어 달라고 신에게 떼쓰던 아담의

또 다른 모습,


구름을 걷어내려고

내 부리는 갈수록 튀어나왔다

오늘도 나는 목청껏 파는데 아무도 내 진화에 대해 모른다


사과나무와 뱀이 겨울잠에 든 외딴 밤

갈비뼈를 세보며 내 빈 자리를 찾으면 눈이 내렸다


아침나절 생쌀을 씻어 안치는

내 목소리 너머에는 내 전생의 무덤이 있다는데

풀도 자라지 않는 불목지다

놓아 기른 구름이 무엇을 뜯어 먹으며 살찌는가


은행나무 밑동에 앉아 생각해보면

나는 신에게 발목을 거세당한 적이 있는 동물이다


발자국 없이도 허공을 걸어다니는 재주 속에는

그렇게 만든 신의 벌이 있겠다

허구한 날 태곳적 나뭇가지에서 앉아 운다 나를

동네 사람들은 새라고 발음하지 않고

대신 울보라고 잘못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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