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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한성 옛터의 달 밝은 밤 같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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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6회 작성일 17-03-1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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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 옛터의 달 밝은 밤 같고나

아무르박

김밥을 말다가 늙었다는 분식점 사장님
계곡이 펼쳐진 이 층 양옥집을 장만하고
은퇴를 선언했지
남들은 유럽으로 동남아시아로 뱅기 타고
크루즈타고 여행을 한다는데
아따 이 양반 집구석에 콕 처박혀
안으로 안으로 잠수함을 탔지

계단이 우는 소리를 달래더니
처마의 낙수 소리 물 조롱으로 받아 내데
덜컹거리던 문짝에 롤러스케이트가 미끄러지고
바람이 드나들던 뒤 담에 방부목이 울을 쳤지
깨진 항아리에 분수를 달더니
붕어가 한가로이 헤엄을 치네
다리 몽뎅이 뿔어진 벤치가 에헤라
연지곤지 찍고 나이테가 선명한데
그네가 될 줄이야
암튼 전직 목수요 페인트쟁이요 용접공이요
샷시쟁이오 설비공이요 암튼 재주도 많아
아니지 제주도는 하난데

허 참,
. . . . 허~~
참~~.

김밥은 신물이 난다더니
김밥을 말아 점심을 때우네
장사를 할 것도 아닌데 웬 놈의 김밥은
저리도 많이 말았누~
혼자 늙은 줄 알았더니
언제 자식들 다 출가하고 손자가 저리도 많누~
거실 벽에 떡 벌어진 가족사진이
가지 나무에 호박 열렸네
닦고 또 닦고

헌데 늦잠을 자고 나면
밤에는 말똥말똥
계곡의 물소리 시나브로 가슴팍에 파고드는데
살아온 게 허 꼬챙이
물 땡땡 구리 몸뻬바지갔수
이 빠진 장독 뚜껑 갔수
에라 뭐 살판났다고 춤을 추겠소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 발길이
골목길에 드나들더니 어느 날은 푯말이 붙었지
북한산 둘레길
내 집 앞에 등산객이 오 가네
심심도 하이
김밥이나 말아 심심풀이 사주풀이
쟁반 위에 쌓아볼까 했더니만
허 고놈
땅콩인 줄 알았더니
제법 쌀섬이나 행색 할 줄 아네

가마솥을 걸어 육개장을 퍼냈지
우선
1층 거실과 방을 내놓았지
아줌마 하나 쓴다는 게
주방을 확장하고
설거지 하나 쓴다는 게
난간을 확장하고 손님을 받았지
그렇게 대책없이 복닦복닭
재미가 솔솔 붙어 가네 잠도 잘 오지

소주보다 막걸리가 제법 나가지
막걸리 먼저 한잔하고 기다리면 좀 좋아
두부 한 점 양념장 얹어 서비스 했더니
순서 볼 것도 없고 지근데지 않고
좋고 아 좋고 좋고
아따 이 양반 그네 달 때 알아봤어

늦은 오후 2시
손님이 쓰나미처럼 밀고 훙덩한데
밀린 설거지 차림새로
난간 식탁 위에 어지러운 손님상
참새 한 무리가 날아들더니 두부를 쪼아 데네
기세 좋게 막걸리도 한잔 걸칠 모양이데
그 모습 딱히 할 일도 없어
뒷방 중늙은이 뒷짐지고 기웃거리는 시늉이나 하려나
두고 볼 요량인데 소문이 참 무섭지
참새 볼 요량으로 단골이 붙네

근데 이 집에 담이 있었나
간판 이름이 담터라네
다가오는 느낌이 한성 옛터의 달 밝은 밤 같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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