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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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아버지는
아홉마지기 논을 콧잔등에 걸고 산다
논이 없으면 세상이 잘 안 보일까
노름 빚에 그 일부가 팔리던 날
아버지는 자전거 교통사고가 났고
이태를 앓았다
사람마다
자신의 팔자에 맞는 도수가 있다
무엇을 끼고 사는가는
자신의 눈높이에 따른다
까막눈
내 엄마는 호미를 끼고 살았다
죽을 병에 걸려 호미를 놓던 날
주름살 깊은 밭이 되었다
내 외삼촌은 근시,
콧잔등에 저수지를 걸고
죽음보다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저 눈의 도수가 궁금하다
생의 망막에 비친 상을
얼마나 믿어보았니?
죽음 앞에서 굴절되고 희뿌연 것들
오늘 나의 안경을 택한다면
도수를 재보아야 하리
저 시력판 논 그림을 읽는다
내 슬픔을 교정하고
콧잔등에 걸게 될 나의 안경은
무엇일까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잘 들여다 놓은 안경, 멋진 시가 되었네요
저마다의 안경 있듯 걸맞는 분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잘 읽히는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