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 > 창작시

쨍그랑

독하게 먹은 마음도 없이

모서리가 풀려요 불쑥 이것도 좋지만

저것도 괜찮군요

발바닥이 평평해지면서

목밑 단추를 하나 더 풀었어요

꼭 종점까지 가자는건 아니였지만

감나무가 골목을 지키는 집의 그늘

낯설어도 참 눈에 순해요

양말을 벗고 잠시 바람의 문패를 읽어요

한때는

한 끼 뜨겁고 맛난 밥을 찾아 무던히도

먼길 마다 하지 않았지만, 느슨히 붉어지는

저녁이 아침을 불러오 듯

숨 빼곡한 포만감 없이도

그대 축축하고 미끌거려요 바람이

소리를 만들어 밖으로 나온 것 처럼

언제나 안에서 드러나는  환한 밖

그대

쨍그랑

누군가 떨군 듯

초록빛 봄이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