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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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안희선
계절의 순수한 내면(內面)에서 호흡하는 나무를 보세요
용솟음치는 정열의 초록빛 흥분으로
가늘게 잎 떨리는,
그 숨가쁜 침묵을 보세요
그리고 맑은 촉수(觸手)로 부드러운 바람 쓰다듬는
수줍은 이파리들의 파아란 혈관을,
그 곱다란 생명의 돌기를
잠자코 보세요
겸허한 줄기가 어머니 젖 같은 햇살을
소박한 영혼 숨쉬는 뿌리로
실어 나르면,
암담한 사념(思念)에 몸부림치는 땅속 어둠까지도
신비스런 환희로 그 투명한 수액(樹液)을 맞이합니다
부끄러워 말고 보세요
먹을 것과 규정의 척도(尺度)로 땅을 파헤치는,
우리들의 사나운 얼굴 앞에서
나무는 하늘 향해
푸르고 정직한 언어로 노래하며
보다 높은 생명 되려고
수직의 발돋음을
하고 있네요
오늘도,
Trees performed by Julian Lloyd Webber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우리의 희망과 준비과정이
새봄에 나무만큼도 못한 것 같습니다.
푸름을 틔우고 자연속에 일조하는
자연의 기개를 느끼며 배워야 할것 같습니다
귀한 글 마음에 담고 갑니다
평안을 빕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개인적으로)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생명을 지닌 건 나무라는 생각..
뭐, 이런 말을 하면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는 인간들이
길길이 날뛸지 모르겠지만..
부족한 글인데
머물러 주시니 고맙습니다
두무지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