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1 ]종이가 사는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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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종이 한장이 있습니다
비가 오면 흐물거리고 휘청였습니다
눈이 오면 조금 단단해 진 녀석처럼 잔뜩 목을 움츠려
가슴을 내밀 때도 있었지만 결국 종이 인것을 어쩌겠습니까
쉬운 거짓에 속지 않겠다 다짐했습니다
가벼운 칼날에 베이지 않겠다 결심했습니다
그 순간은 언제나 처럼 결연했습니다
만남은 짧았고 아픔은 길었습니다
행복은 얕았지만 슬픔 깊었지요
나이테가 늘어가고 조금 두꺼워지려나 싶었습니다
다시 사람을 믿어보고 다시 사랑했습니다
어느 순간에도 나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세상이 두렵고
새로운 것이 낯 설었습니다
나를 받아들이고 아껴도 보았지만 여전히 종이쪼가리 ...
오늘 따라 담배가 맛있습니다
고작 종이 쪼가리 주제에 불붙은 것을 입에 물고 몸을 태웠습니다
어린 애 처럼 왜 그렇게 살았을까요 ?
하긴 지금도 어린 애인 것을 탓해서 누굴주려고 .......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어린 애 주제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쓰다듬었습니다
어린 애 주제에 누군가를 위로하고 보듬었습니다
누군가도 나를 사랑하고 위로하고 쓰다듬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고작 유치원인지도 모릅니다 .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표현의 깊이,
잘 감상했습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