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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열차는 달리는데/송암 김관형[일반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왕치wangch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4회 작성일 17-03-03 05:25

본문

인생 열차는 달리는데

송암 김관형

하늘보다 높은 꿈을 품고

따뜻한 어머니 품속을 떠나

한 누리를 달리는 기차를 탄다

손님 드문 간이역에서 내려

텅 빈 가슴에 외로움을 달래보고

너무 복잡한 명절 앞 서울역

인파에 끼어가듯 억세게 살던 때

가방끈 늘리느라 밤낮없이

두뇌속의 빈터에 알음 기르고

거친 낡은 누리에 피땀을 적셔

삶을 캐던 슬기서린 추억이 살아나

이슬비 내리는 흐릿한 차창 너머로

마냥 숨 가쁘게 지나간다

어느 역에 내려 숨을 돌리던 자국

봄 바람결에 진달래 개나리가

빙그레 웃으며 곱게 인사하던 시절

두뇌속의 알찬알음 힘껏 부리어

새날 열 주춧돌도 놓고 탑도 쌓아

빤짝이는 햇 문명을 풍성히 지으며

젊은 넋을 불살랐다

어쩌면 밤낮 달리던 인생열차

종착역에 가까워질 때

텅 빈 겨울 차창 넘어 눈발이 내려

달리는 세월의 뒤 모습이 허전해져

앞만 보던 날 황혼이 노을 진다

그때서야 욕심을 당겨 불러드리는

빛난 자리 금은보화 노적가리가

손끝에 이는 맹랑한 거품이요

알몸으로 고향 가는 길이 보인다

언젠가는 매서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오며 활기찬 여름도 가고

하염없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게

한 세월을 품고 가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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