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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나무 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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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야옹이할아버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7회 작성일 17-03-04 05:14

본문

바람따라 구름따라 그렇게  제법 영근 추억나무

전지가위도 없이

동절기를 구실삼아 가지치기를 하여본다

들쭉날쭉 제멋대로인 나이테

거센 풍랑, 물결치는 파도...

계절따라 시절따라

저마다 잘났다  힘자랑이다

가끔은 가을날의 청명함이 미소를 짓기도 한다

하기야 누군들 한번쯤의 호시절이야 없을까!

산다는 것은 악마의 유희

태백산맥을 넘어 온 높새바람이 초여름의 농작물을 옥죈다

유년의 빨대컵은 가지치기 당한지 이미 오래다

손톱이 자라나 갈고랑이 진 갈퀴가 되고

발바닥은 무엇이 그리도 그리운지 오뉴월 논바닥 흉내를 낸다

물난리로 법석을 떨던 여름날

구멍난 장화마저 그 한쪽을 잃었다

남은 한쪽 장화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목젖이 타들어 가는데 목젖을 내어놓고 쟁기질을 한다

오늘 중에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단색의 노란 취리닝이 늦가을 홍시처럼 익어간다

순이야,  철이야!

지금 너희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니?

가지치기에 배꼽이 저려온다

한쪽이 바스러진 네잎클로버

고추잠자리가 그 위로 슬몃 내려앉는다

나는 활엽수였을까, 침엽수였을까?

세월 곁에 누워 알맞게 조리된 강된장

저멀리 앞산에서는 독 깨지는 소리 들려오고

소쩍새는 밤이 깊어도 공연을 멈출 기미가 없다

억지로 남은 지문을 추억나무의 나이테가 곁눈질한다

산발의 머리카락은 바람이 부는 곳으로만 고개를 돌린다

솔가리 불지펴 콩서리로 주둥이 새카맣게 타버린 날

어쩌다 얻어 입은 나일론 바지도 함께 타버렸다

철이는 이미 가고 순이도 준비중이라던데...

나는 추억나무 가지치기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문풍지 사이로 스미는 바람이

애꿎은 이불자락만 쥐어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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