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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13회 작성일 17-03-0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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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

아무르박

학원에 안 가면 친구가 없다
방학은 익숙한 것들로부터 결별이다
저 문을 나서지 않으면
지구는 어느 모퉁이에 버려진 바윗돌
밀린 잠을 자고
시간에 괘념치 않고 밥을 먹고
TV는 밤이 더 외롭다
세상을 보는 눈마저 지직 지지지직
신은 자비롭지 않다
햇살 한 줌이면 곰팡이를 죽일 수 있었는데
가끔
골목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그림자 지는 창이
시계 소리처럼 살아있다

육신은 마음보다 늙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그 평범한 일이
매일매일 고행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망각 속에 산다
그리움은 수시로 찾아들고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약은 밥 먹듯이 하고
세상을 보는 눈은 가끔 찾아오는 간병인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
동정하지 말고 위로받고 싶다
내 속을 빌어 난 자식
그 자리가 휑하다
누가 볼까 더 감추고 싶은 자리

시계는 아침 8시
지각이다
기계처럼 눈을 뜬 아침에 가슴은 철퍼덕
바닥이 일어선다
머릿속에 번개가 친다
자명종 같은 아내의 잔소리가 조용하다
일요일이었다
양복 주머니에 헐어버린 사직서
때려치워야지 암 당당해야지 할 때마다
백 있는 사람처럼 대책 없는 위선
매일 보는 사람 얼굴에서 질릴 수 있다.
그놈은 참 질기다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어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다
일요일인데
어떻게 알고 집까지 찾아왔을까
내 아내 옆에 누워있는 사람은 누구지

설거지를 한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
아침 드라마가 끝난 오전 10시
빈집에 아직 사람이 살아요
라디오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창에 부서지는 햇살은 울렁증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거나
마트에 가는 일 말고
화장을 하고 외출을 한다는 것이
은행에 가는 일
통장에 바닥이 보이면 느껴지는 공과금인생
희망은 부서지기 쉽다
밥이 먹고 싶지 않은 날은 라면이 부르튼다
깨지기 쉬워요 살살 다뤄주세요
묏등을 엎어놓은 저 그릇들

세상은 학벌보다 스펙을 요구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집을 떠나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부럽다
낮보다 밤이 편하다
제발 제게 관심 좀 꺼주세요
시러빠 끄는 소리는 불만이다
새벽이면 이 도시의 하이에나가 된다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손님의 선택 받지 못한
바지춤을 내리는 것보다 더 쉽게 베낄 수 있다
삼각김밥은
식사시간이 끝났어요
3분이면 OK
음식이 다 데워졌어요
외마디의 조롱 섞인 전자레인지의 저 소리

나는 아직 출발도 하지 못했는데























추천0

댓글목록

야옹이할아버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야옹이할아버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도시의 삶과 흐릿함, 근로자의 삶과 출근길, 가장의 삶과 직장... 언제쯤 그네들이 유통기간이 지난 삼각김밥처럼 될 수 있을런지... 시간이 되었는지 전자레인지도 기지개를 켜고 있네요... 구애없는 공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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