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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았으므로 /추영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727회 작성일 17-03-01 12:12

본문

 

 

 

 

 

오래 살았으므로 /秋影塔

 

 

 

오래 살았으므로 하루 한 끼 밥상은 내가 차린다

밥상에 수저 두 벌, 반찬 두 종지, 그런 것은

밥먹기보다  쉬워서 밥상이 나를 기다리기기도

하고  아내를 밀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오래 살았으므로 상추도 내가 뜯는다

그 녀석들도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아서

아프지 않도록 웃음 한 모금 먼저 뿌려주면

초록치마 활짝 펴 내미는 상추들만 사는 내 텃밭은

소요없이 조용해지는 것인데

 

 

오래 살아서 노을이 좋은 우리는

날마다 석양을 서쪽 지붕 말랭이에 걸어놓고

한 순간 함께 붉어지기를 좋아하는데

 

 

식은 구들에 노을 한 됫박 퍼다가 덥히면

내가 차린 밥상에

반찬 얹어주는 사랑이 없어도 배는 불러서

 

 

우리는 서로의 등을 맞댈 때까지는

마주앉아 서로의 주름을 헤아려보는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겨운 노년의 삶이 노을처럼 붉습니다
노을 한 됫박 더 얹어드리겟습니다
주름살도 함께 붉어지도록...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옛날 사람들은 양잿물도 공짜라면 받아
걱었다잖습니까? ㅎㅎ

노을이야 순수한 자연산이니 맘 놓고···

방은 다습고,
밥상이 환해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별들이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심성이 넘 곱습니다요
하루에 한번 이라도 밥상을 차려 드리고
상추가 아프까봐 웃음 던져 놓고 뜯어 드시고
혹시 샌님은 아닐테고ㅎㅎㅎ
암튼 재미 있습니다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지요.

뭐나 되듯이 가만 앉아서 밥상 받는
거, 아무런 자랑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

함께 늙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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