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았으므로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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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았으므로 /秋影塔
오래 살았으므로 하루 한 끼 밥상은 내가 차린다
밥상에 수저 두 벌, 반찬 두 종지, 그런 것은
밥먹기보다 쉬워서 밥상이 나를 기다리기기도
하고 아내를 밀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오래 살았으므로 상추도 내가 뜯는다
그 녀석들도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아서
아프지 않도록 웃음 한 모금 먼저 뿌려주면
초록치마 활짝 펴 내미는 상추들만 사는 내 텃밭은
소요없이 조용해지는 것인데
오래 살아서 노을이 좋은 우리는
날마다 석양을 서쪽 지붕 말랭이에 걸어놓고
한 순간 함께 붉어지기를 좋아하는데
식은 구들에 노을 한 됫박 퍼다가 덥히면
내가 차린 밥상에
반찬 얹어주는 사랑이 없어도 배는 불러서
우리는 서로의 등을 맞댈 때까지는
마주앉아 서로의 주름을 헤아려보는 것이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정겨운 노년의 삶이 노을처럼 붉습니다
노을 한 됫박 더 얹어드리겟습니다
주름살도 함께 붉어지도록...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옛날 사람들은 양잿물도 공짜라면 받아
걱었다잖습니까? ㅎㅎ
노을이야 순수한 자연산이니 맘 놓고···
방은 다습고,
밥상이 환해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두무지님의 댓글

잠시 다녀 갑니다
평안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공사는 잘 되어가십니까?
집안이 환해질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심성이 넘 곱습니다요
하루에 한번 이라도 밥상을 차려 드리고
상추가 아프까봐 웃음 던져 놓고 뜯어 드시고
혹시 샌님은 아닐테고ㅎㅎㅎ
암튼 재미 있습니다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지요.
뭐나 되듯이 가만 앉아서 밥상 받는
거, 아무런 자랑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
함께 늙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