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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1회 작성일 17-08-14 08:01

본문

삭아서 내려앉은 파렛트와 버려진 자재 더미 사이에 꽃은 피어 있다.  사시사철 지지 않는 꽃이 이슬처럼

불켜질 일 없는 네온을 방울 방울 달고, 꿋꿋하게 피어 있다. 가끔 더위에 지친 고양이가 꽃그늘에 쉬어가고

점심 먹으러 가는 일꾼들이 걸쳐 놓은 코팅 장갑이 나비가 되고, 불에 달군듯 새빨간 꽃도 달이 뜨면

시드는데, 달리는 차의 전조등이 어둠을 헤치며 꽃을 찾으면 다시 화들짝 피어난다.

 

그 꽃집의 꽃 다 누구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는지

흰 레이스 머리 두건이 잘 어울리던 꽃집 아가씨는 유두 끝에  열매를 매달고 등이 굽어가는지,

ㅗ, 넓적한 수반처럼 모음의 끝은 이가 나가도, 송이에 송이를 포갠 ㄲ,

오하시스에 꽂힌 줄기와 줄기가 엇갈려 ㅊ

보여도 보지 않는 폐 자재 더미를 꽃 피우는 꽃,

스치는 바람을 주목하게 만들던 향기의 힘으로 꽃이 된 꽃

꽃이라 불러주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꽃,

 

오늘도 아리는 손끝으로 시를 쓴다

내 몸에 그려진 상형문자를 필사 한다

버려진 간판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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