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 > 창작시

갑질

이영균

낮은 그마저 날아갈까

돌로 붙잡아 맨 지붕들 응집한 갯마을

젖은 몸을 말리느라 포구에 옹송그린 돛배들

노도가 밤을 할퀼 때마다

오랜 세월 모난 곳을 정 맞아

둥글어진 갯바위들 모두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산다는 것이 저러듯 힘겨운 것인지

제집 수없이 허물어져도 견뎌내야만 하거나

갯바위에 붙어있기를 문어 빨판처럼

악착같아야 하는 갯것들

간간이 휴식처럼 찾아드는 고요

그런 밤이면 겨우 몸을 풀어

젖은 슬픔 말려보는데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바닥이어서

꽃을 피워도 피었다 말할 수 없는

저들의 횡포 다 받아내며

철썩철썩 씻어댐만 위안 삼아

저들의 자비라 여기는

세상 약한 갯것들

생의 질곡 감싸 안고

길손들 비경이라 찾아들 때

느른해서 널브러져 온몸으로

노도의 횡포(갑질) 토설해도

무심한 물결과 길손들

제 삶에 발길만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