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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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호랑이>
북쪽이 고향이라는 그치가 떠났다
온몸에 흉포한 문신을 두른 그가
오래 지내던 감옥에서 사라졌다
가려야 갈 수 없는 고향
오솔길처럼 좁은 방 맴돌며
가족을 두고 전향할 수 없다고
자기의 죄를 묻곤 하던 수많은 밤
먼 산 노려보다 쇠창살 움켜쥐곤 하던 그가
힁허케 떠났다
출소하는 날까지
억울하다는 신념 굽히지 않더니
망가진 콩팥에 피오줌 찔끔거리다가
풀잎 뒤집는 바람결 따라 쓰러지더란다
할아비의 할아비 담배 피우던 이야기할 때면
목청 쩌렁쩌렁했는데
이젠 겹겹의 산 너머 푸르게 별빛이 되었겠지
북녘 하늘 그리워하던 마지막 범인
그가 죽어 가족을 그리워한 자리
사나흘이면 잊힐 포효만 덩그렇다
그는 또다시 옛이야기로 남는다
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저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백성 한 분 모셨었지요.
민가협 후원으로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땐 몰랐지요
시한부인 걸
화장하고 유골을 구슬처럼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나중이라는 말 참 막연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그쪽 어디에서 데구르르 구르며
바닥 다지면 좋겠다 싶습니다.
김거명님의 댓글의 댓글

못 쓴 글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표류하던 북한 어부들이 일부는 전향하고 일부는 가족이 염려스럽다며 돌아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사사로운 이익에, 있는 가족을 버리기도 하는데 고초를 겪을 가족이 걱정스러워 체제 속으로 귀화하는 걸 보며 과연 식구는 무엇이고 가족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해봤습니다. 얼마 전에 방사되려다 죽은 호랑이도 안타깝고요. 그가 그치인지 그치가 그인지 써놓고도 애매해 보이는 글에 답글을 주시니 쥐구멍을 찾아볼까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