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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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뜩
아무르박
바람에 쓸린 한 무더기 낙엽에서
폐가에 홀로 늙은 감나무에서
깨진 독의 사금파리에서
신호등에 걸린 노을에서
길섶에 얼어 죽은 새를 보게 되면
그대 문 앞에 손님이 찾아온다
절망, 후회, 슬픔, 분노 그리고 애증
어디로 떠나야할지 알 수 없는 불안
그들을 맞으라
그리고 주저 없이 술상을 봐주라
그들은 먼 세상으로부터 그대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그대 안에서 그대를 위해 온 마중물이다
가식으로 포장된 유리창 넘어 세상은
새가 떠난 빈 둥지가 있는 겨울나무
나뭇가지에 걸린 하늘바라기
그대에게 봄은 이미 와 있었다
창에 어리는 그대의 얼굴
그 눈동자 위에
따스한 심장은 언제나 식지 않은 36.5도
피가 뜨겁다
너무 성급히 펌프질을 하지 말라
이제 해가 지는데
이제 비로소 그대가 혼자가 되었는데
그대를 위해 술 한잔 사 줄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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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뉘님의 댓글

내 안에 있는
절망.분노.애증.슬픔
그리고 후회
모든 것은 내 안에 있음을
그리고 마지막엔 혼자인 것을..
나를 위해 술 한 잔 하고픈
날입니다
스스로의 가벼워진 영혼을 위해...
한 잔술에 훈훈해지는 저녁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르박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