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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 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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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0회 작성일 17-02-13 18:37

본문

멍석 치마

 

이영균

 

 

문득 옷고름 여미며 대문을 나서시던 어머니

엉거주춤함 떠오른다

그 모습 장독대에 가랑잎 수북하던

둘둘 말려 선 허름한 듯 곧은 그건

아이가 파고들며 묻히던

풍성한 치마 간 곳 없는 노후의 간편한 통치마

마음 깃들 곳 없을 멍석이었다

 

아버지의 푸념 나락처럼 널리던

사랑 듬뿍 푸근히 아이의 응석 감싸 안으시던

까슬까슬 성깔 돋침도

콱콱 가시 찌름도 수굿이 가라앉히시던

보리쌀 댓박이라도 팔아 올라치면

아버지의 투박한 정 기꺼이 좋아라 하시던

보들보들 비단결 같았던 자태

무엇이든 부드러워지게 하시던 어머니

 

그 손에 집이 서고 골목이 환해지고 굳어져

다시는 가난으론 돌아가지 않으셨는데

꽃 지고 세월 가고, 님 가신 뒤

저 장독대에 낡은 멍석

 

풀썩 그 속에서 나서실 듯 엉거주춤

노모의 모습 그 선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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