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떠난 세상 > 창작시

아는가, 그대는...

세치 혀를 재주껏 놀려보아야

한 치의 경계조차도 벗어날 수 없음을!

아는가, 그대는...

종일토록 뜨락을 쓸어보아야

한 올의 먼지조차 쓸어낼 수 없음을!

세상은 소리없는 수레바퀴의 바퀴질

정월 대보름에 때이른 모기들의 함성

세상은, 어제의 그 세상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그대가 걷고 있는 길은

시공을 내려놓은 사하라 사막의 심장부

비교하려 들지마라,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수레바퀴는 타이어가 되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누가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사람속은 들여다 볼 필요조차 없다.

사하라사막의 모래알일 뿐, 빤하다.

단지 누비아냐, 리비아냐의 차이정도는 있을까!

정유년의 정월 대보름엔 달이 사라졌다.

지상을 밝히는 것은 오직 인간들이 부릅뜬 두 눈 뿐...

지금의 세상은, 해와 달이 떠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