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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풍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2회 작성일 17-02-12 15:40

본문

     요양원  /  풍설

 

낮 달이

돌담에 기대어

웃고 있는 뒤안길에

노망(老亡)이 숨은

구멍난 대뇌(大腦)

상한 영혼이

목구멍까지찬 욕심으로

한나절을 더 버티려고

골 깊은 기도(氣道)로

서릿발같은 때 묻은 숨을 뱉어내며

벌린 입에 파리가 앉아

누더기 같은 삶이 한입입니다.

 

개미 지옥이

뱉어 낸 껍질

근대사의 유물이

피골이 상접한채 방치된 박물관

뱀대가리 같이 부은 엄마의 무릎에

숨어있는 반짝이는 사리(舍利)

악어가죽 같은 아버지 손등에

주홍글씨를 그들이 알리없고

하늘은 높아서 볼수도 없고

산은 멀어서 갈수도 없는

107년된 유물이 아무렇게나

앰브랜스에 실려 뒤안길을 돌아가도

눈물짓는 이 없고

박물관은 현대사(現代史)를 외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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