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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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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4회 작성일 17-02-12 23:24

본문

백상아리

뒤척이는 밤

나는 잠을 들고 있다

나는 한참이나

잠을 들고 있다

뒤척이는 밤

일어나 전등을 켜고

눈을 찌푸린 후

고요하게 앉는다

주저앉아 머리에서 턱까지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깨어있다는 게 슬프다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게 절실히 느껴질 때쯤

가슴 언저리에서

백상아리의 지느러미가

느껴진다

백상아리는 물살을 일렁이며 내게 다가온다

백상아리가 사는 곳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드넓다

하지만 그 망망대해 같은 바다를 백상아리는

모조리 휘젓고 다닌다

백상아리는 잔인할 만큼

거세게 물살을 일렁이며 헤엄친다

그러면 이제 오래된 나룻배가

나타난다

나룻배에 백상아리의 물살이 차오른다

끝까지 물이 차오를 때쯤

견디지 못하고

이내 점점

깊고 어두운

심해로 가라앉는다

얼마나 가라앉는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라앉을 때쯤이야

그래 나는

정신을 잃는다

뒤척이는 밤

나는 잠을 들고 있다

나는 한참이나

잠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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