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8)다짐 > 창작시

다짐

몸속에 달이 하나 뜨는 것 같아

하늘을 본다 허기진 듯 살아온 56년

어둠만 벌컥벌컥 마셔 소화시키고, 옆을 지키던

아내가 새벽이슬 미소로 날 바라볼 때

이상하게도 달빛 속에 드리워진 내 모습이

더 작아지는 것을 하얗게 알게 되어

발바닥에 전해지는 도로의 우울함에

반달을 만졌다가 초승달처럼 마음은 작아지고

점점 작아지는 나의 달은

그저 한쪽으로 떴다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나에게 달려와 아물지 않은 상처 쪽으로 급하게

수혈을 요구하고 있는, 겨우 한숨 돌리고 나면

밤하늘 속에는 식구들의 달이 나란히 떠있었다

눈빛처럼 홀로 흘러내린 지독한 눈물이

눈앞을 가릴 때마다 달은 더 흔들거렸다

나이 들수록 더 간직하고 싶은 달에는

아직도 춥다

불을 피워 따스하게 만들고 싶은 밤하늘의

꿈들이 나를 지금도 날 잡아끌고 다닌다

밝은 달 어두운 달,

우리의 창가에 매달아 놓은

길고도 짧은 하룻밤

달빛과 나 사이의 간격에

주먹 쥔 손 하나가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