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4)버려진 낡은 신발 한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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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낡은 신발 한 짝
지금 일하고 있는 새벽도로 한쪽에 홀로 길을 짊어진 신발 한 짝이 걸어가려고 움찔거리고
있다 그 사람이 버리고 간 순간부터 신발은 밤하늘을 싣고 은하수 징검다리를 건너가서 그
사람이 잠든 창문가에 갔다가 날이 샐 무렵이면 어김없이 돌아온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버려진 신발 한 짝은 알고 있다. 그는 다만 추측으로만 그 곳
을 예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밤만 되면 찿아간다 뒤축을 낮추어가며 지금까지
걸어 왔던 길에게 편지를 쓰면서 은하계의 물컹한 길에 낡은 신발이라는 이름을 새기고 간
짝을 찿아가고 있다 그동안 신발은 한 번도 뒤집어져서 걸어온 적은 없었다 새벽 거리에서
미아가 된 그 쓸쓸함을 겨우 참으면서 걸었다 도로 위의 정지 표지판들이 앞을 막으면서 어
께를 거들먹거렸다 길을 가다가 가장 막다른 골목 안 벽에 다다르면 또다시 새로운 길을 만
들었다 더 이상 사람들의 발에 조정 당하고 싶지 않음을 분명하게 낡은 몸으로 말했다 사람
들에 의해서 걸어가던 길이 자신의 길인 줄 알았던 그 길을 이젠 냄새 나는 발에 의해 가고
싶지 않다 양탄자 깔린 호텔 길 같은 길을 바라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진흙탕 속으로 걸
어 들어가 진흙들이 준비한 맑은 길을 걸어서 가고 싶다 도로 위 자동차 불빛에 웃는 모습
보였다 사라지는 현란한 사람들의 몸짓 때론 중앙 분리대를 넘어 걸어가야 할 미지의 사람
과 나의 간격 불빛으로 피어싱한 내 몸이 그 길을 걸어서 끝까지 가면 신발의 천국이 그 아
름다운 사람을 다시 걷게 할 것임을 버려진 신발 한 짝은 알고 있다 *나는 걸을 때만 명상
을 할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포기 하지 않았음을 축하 하는 발자국 소리 들
린다 그 새벽 도로에 버려진 신발은 날마다 어둠 저 쪽까지 가서 자신의 짝을 만나고 돌아
온다 내가 그 자리를 그냥 지나치면 어김없이 제 몸뚱이를 더욱더 낡음의 노련함을 말한다
낡은 신발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앙리 루소의 말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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