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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7회 작성일 17-02-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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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아 두껍아


아무르박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두꺼비 집이 즐비한 산동네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마크 파이브를 비집고 들어 왔다
열도의 사막을 개척했다는 허세의 영웅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파자마 바람으로 아이스케키를 물고 다녔다
판돈 시비에 멱살잡이하던 부동산의 객꾼
외상술값에 손금보듯 골목길을 숨어가던
외동아들은 소년원을 개집 드나들듯 들락거렸다
겟 날은 동네 아낙들의 입술이
쥐 잡아먹은 듯 붉고
장바구니를 든 뒷 머리는 하나같이 똑같았는데
그의 아내는 콜라텍을 무시로 드나들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딸랑 판잣집 방 하나 딸린
집 한 채가 전부인 사람들
안장을 찬 사람들이
언감생심 꿈에나 그려봤을 아파트의 풍선을 불었다
두꺼비 집 위에 층층이 겹겹이 쌓아 올린 25층 아파트
개발 이익을 말하자면 시세 차익을 논하자면
바보가 아니라면 동의하라는 논리였다

구멍가게 하나뿐인 평상에서
마늘을 까고 쪽파를 다듬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부침개를 붙여내면
막걸리 한 사발 흘겨 마시고 저녁밥을 지으러 갔다
두 패로 갈린 사람들의 인심은 흉흉해지고
대보름 밤 골목길을 누비던 사물놀이는
북소리 꽹과리 소리 확성기 소리로 변질할 즈음

우리의 영웅은 스텔라를 몰고
안장을 찬 호위병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연일 술판에
화색이 도는 아가씨들이 술을 따르고
취기가 오른 막노동꾼들은 일을 접어두고
아가씨 입술 같은 도장을 꾹꾹 눌러댔다
그럴수록 건설사 선정에 판돈은 올라가고
금방이라도 쑥쑥 아파트가 오를 듯했다

모두가 타관에 뜬 달을 보던 판잣집 사람들
이별이 아쉬워 별똥 같은 눈물을 쏟고
하나둘 떠나갔는데
그것이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강남의 치맛바람이 쓸고 간 자리에
떴다방이 프리미엄을 붙여두고
목욕탕집 금은방집 쌀집 어린이집
행세깨나 한다던 사람들의 버티기에
욕자를 붙여놓던 재개발
그해 겨울은 을씨년스럽게 개나 고양이의 변사 채가
버리고 간 세간살이에 널브러졌다

아파트 동 호수를 추첨한다던 그 날
어머니는 밤잠을 설쳤다
쪽방에 달아맨 상가 넷을 주고
추첨으로 얻어 찬 지하상가 네 평마저
돈이 없으면 도로아미타불
그리고 날아든 독촉고지서
개발 이익은 고사하고 난 개발 분담금이라는
명목도 계산서도 없는 추가 요금
날벼락 같은 물세 레는 이자의 꼬리를 붙였다

그 흔한 완장 패들은 행적을 감추고
분기충천한 원주민들이 구청으로 몰려갔다
전기 테이프로 X자를 붙인 마스크를 쓰고
식은 밥 소여물 싶듯 삼키고
노랑 바탕에 붉은 피칠을 한 문구는
원색 구호로 묵언의 수행을 시작했는데
건설사의 전략은 집요했다
마음이 여리다 집에 애착이 많다 사람들 순으로
압류 예고장을 보내고 있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했는데
총알받이로 먼저 죽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우리 집에 날아든 고지서
지루한 법정 투쟁으로 달걀로 바위를 깰 수는 없었다
불판에 분노가 이글거리는 삼겹살집의 외식
깡 소주를 들이키며 이제는 모두 다 잊자
어머니의 눈물이 못 내 사뭇 치는 밤
그 흔한 두꺼비집위로 펼쳐진 하늘은
마천루 끝에 손바닥만 한 하늘을 허락하고 있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마음 편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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