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를 더듬으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족보族譜를 더듬으며 / 테울
하늘이 낳은 일막 일장의 태동일까
우두머리 이슬 같다던 알이다
기록을 들추며 그 시원의 나를 거슬러본다
불과 몇십인 내 나이, 자꾸만 헷갈리는
나의 나이, 곰곰 헤아려본다
아무리 적어도 겹겹 2,000살은 거뜬하겠다
불현듯, 구지봉으로 뿌리내린
첫장의 씨앗, 샅샅 훑어도
그 씨알을 품었을 흔적은
알 길이 막막하지만
이후,
대대로 흥망성쇠의 풍파를 겪으며 부득불 살아남기 위해 온몸에 가락 가락 귀신의 가시를 품은 꾸지뽕처럼
귀두龜頭에 씨알 같은 점 하나 숨긴 채 핏덩이 같은 붉은 열매를 맺으며 가까스로 혹은 줄기차게 뻗은
나, 굳이 된소리로 궂게 이름 붙인 황금빛 뿌리처럼 금쪽같은
나, 다행히 다음의 곁가지로나마
두 아들로 이어질
나, 我
기억의 물관으로 수천 년을 오르내리고 있다
바람이야 끝까지의 영롱玲瓏이겠지만
언젠간 문득 사라져버릴
아침이슬 같지만
댓글목록
callgogo님의 댓글

진지한 시적 사유가 참 하십니다.
만물은 뿌리를 갖고 인간은 족보를 갖지요.
통째로 뿌리가 근원이지요.
깊은 뿌리를 보고 갑니다.
좋은 날 되소서 김태운 시인님!
두무지님의 댓글

족보 속에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좋습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핏줄의 산물,
다짐하는 마음도 좋아 보입니다
평안과 건필을 빕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문중에서 족보를 새로 제작한다고 하여
옛 족보 꺼내어 뒤적거려봤습니다
부랴부랴 합평 모임에 가봐야겠네요
두 분 감사합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사람마다 호흡이 다르기는 다른가 봅니다.
어제 일독, 오늘 이독
바람이야 끝까지 영롱하겠지만
로 읽고 '절묘'하다고 생각했는데
댓글 달려고 다시 읽다 보니
바람이야 끝까지의 영롱玲瓏이겠지만
더 절묘하네요. 암튼
저도 족보 좀 뒤져봐야 겠습니다. 구지봉도 가락 가락도 없지만
김태운.님의 댓글

답잖은 글에 거듭 읽어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끝까지가 끝가지로 읽힐까봐 조심스럽습니다
제주에선 꾸지뽕을 귓가시라 부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