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울타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사철 울타리
사시사철
경계를 허물지 않는 나무가 있다
기세등등 덩치 큰 나무들도
한철 고집을 버리고 동안거에 드는데
저 모진 마음속에는 어떤 결의 있어
시퍼런 빗장 걸어두고 찬 서리 견디는지
그 결심 애처로워 바라보면
한 뙈기 마른 땅에 우주 적막이 우거져 있다
독야청청
품은 마음이 온통 외로움이라니
이쪽저쪽 일평생 경계만 짓다가
한 번도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늙어갈
더 고운 계절이란
생전에는 없는 사철나무
댓글목록
고현로2님의 댓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다보면 골목 옛집에 사철나무 울타리가 푸릅니다. 자운0님의 시처럼 쟤는 어째 사시사철 푸를까하는 생각을 하며 몇 번 썼다가 지우곤 했습니다. 이렇게 명작을 접하니 안 쓰길 잘했구나 싶군요.
"저 모진 마음속에는 어떤 결의 있어"에서 '결의가 있어'로 했다가 '결의 있어'로 했다가 하며 좌고우면하셨을 고뇌도 보이고요. "시퍼런 빗장 걸어두고 찬 서리 견디는지" 사유를 농축한 사철나무 진액의 맛도 나네요. 사시사철 푸르를 명작, 감상 잘하고 갑니다.
으하~~~ 품은 마음이 온통 외로움이라니...
자운0님의 댓글의 댓글

저 고집스러운 사철나무는 혹시 내가, 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고현로 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마음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