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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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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짜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29회 작성일 17-02-02 22:26

본문

소녀는 밝고 명랑한 아이였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꿈 많은 
세상을 반짝반짝 빛내고 싶어하던 소녀

소녀가 9살이 되던 해 꿈이 생겨났다
영화 속 주연 오드리 헵번처럼
호수속의 백조같은 영화배우가 되기로

하지만 소녀는 재능과 끼를 가지지 못했다

소녀가 16살이 되던 해 꿈이 생겨났다
이태석 신부처럼 인류에 헌신하는 의사가 되기로

하지만 소녀는 학문적 지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소녀는 절망했지만 모두가 이렇다 하듯
자신을 위로하였다

소녀가 23세가 되던 해 주위에 친구들이 생겼다
하얀 와이셔츠에 걸친 넥타이에 정장 차림의
전화기를 귀에 걸친 채 바쁜 듯 움직이는 회사원과

아침 일찍부터 교통을 정리하는 제복차림의 경찰들
얼굴을 찌푸린 채 밀린 민원접수를 처리하는 공무원들까지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 
모두가 나와 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소녀의 꿈이 저버렸다

소녀는 자신이 바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속 빠져버린 나사같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소녀는 그것이 괴로웠다

28세가 되던 해 
소녀는 더 이상 밝고 명량한 아이가 아니었다
거듭되는 실패와 지친 삶속 방황하는 영혼이 되어 
외딴 시골에 자신을 스스로 가둔 채 홀로 지냈다

마음이 너무 답답해 소녀는 항상 바다를 찾아가
자신의 가슴을 시리게 적셨다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나이
이것이 내가 바라던 삶이었을까
이것이 내가 꿈꾸던 청춘이였을까

그러다 문득 소녀는 그제서야 자신의 
손목에 걸쳐진 인생시계를 볼 수 있었다

80세를 기준으로 1년에 18분 씩 흘러가는 인생시계
소녀의 나이 28세
시계는 8:30분을 가리켰다
8:30 분
아직 성인이 직장에 출근 하기 전 
학생이 학교에 막 등교하는 시간이었다

그제서야 소녀는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늦지 않았음을
자신의 삶 자신의 청춘 자신의 하루가
이제부터 시작임을

소녀의 나이가 28세가 되던 해
소녀는 꿈이 생겼다

단언컨대 소녀는
어둠을 몰고오는 새벽녘 아침이되면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문을 박차고 나가
그 누구보다도 일찍 출근도장을 찍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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