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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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냉장고
텅텅 비었다
서리꽃 피고 연못도 얼었는데
들판으로 시 찬거리를 구하러 간다
연못에 꺾이고 찢어진 마른 연잎
까치밥으로 남긴 홍시 몇 개
처마 끝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몇 마리
한적한 고택 온기 남아있는 가마솥
댓돌 위 고무신 한 켤레
디카 바구니에 담았다
詩장은 시장에만 있는것이 아니었다
질긴 것 부드럽게 삶고
무른 것 겨울 햇살에 꾸덕꾸덕 말린다
저마다 어울리는 양념에 절여서
돌식탁에 한 상 차릴 것이다
디카 냉장고에서 숙성 중이다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묘사가 천재에 가깝습니다
밖에 있는 것들을 디카 바구니에
잘 구겨 넣으셨습니다.
물론 詩장은 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은린님의 댓글

두무지님
별말씀을 달처럼 하시네요^^
여기 포토에세이방에
제가 구한 시 찬거리 몇 개 있어요
국내산이니까 안심하시고
맛있게 요리해 보시겠어요^^
책벌레09님의 댓글

간결한 언어가 좋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힐링님의 댓글

들판으로 시 찬거리를 구하러 간다
시의 찬거리를 구하러 가시는 것을 보니
세상사를 찬거리로 만들어내는
자상한 솜씨를 떠올리고 가정의 따뜻함과
행복의 참맛이 무엇인가를 식탁에 올려 놓은
그 진수성찬에 가슴이 울렁이게 합니다.
그 마음이 시를 빚는 어머니의 손끝이라는 것을
새삼 발견케 합니다.
은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