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 산중에 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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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 산중에 눈이 내리면
아무르박
굽이굽이 깊은 산 중에
길을 이어놓지 못할 것 같은 외딴 숲에도
사람이 살고 첩첩 눈이 내린다
집을 떠날 때는 내비게이션이 필요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내비게이션이 필요하지 않다
지구의 어느 모퉁이에 있어도 GPS는
어머니가 계신 곳의 좌표를 타전하고 있다
이미 그분이 돌아간 세상일지라도
한 줌의 흙 속에 이름 모를 풀씨가
얼마나 잠자고 있을까
짧게는 1년 길게는 100년
어쩌면 이생은 꽃을 못 보고 갈지도 모르겠다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필 준비를 하고 있다는
흙 한 줌의 풀씨
너무 조급한 마음에 숲 바라기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름 없이 핀 들꽃 하나는
그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을 지켜 주려
우리에게 온 우주다
눈밭에 묻힌 들꽃이 봄을 기다리듯이
주인 없는 마당의 개가
사람의 기척을 짓는 오후의 시름없이
아무 근심도 없이 오늘 하루를
어떤 의미로 보내기를 조바심 내지 않겠다
비로소 뜨는 밤별들이
눈이 들기 시작하지 않았던가
잎세 이는 바람에도 나는 그리움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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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09님의 댓글

간결한 언어, 파고듭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