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도(深到) - 마음의 수련 - > 창작시

심도(深到)

- 마음의 수련 -

이영균

바람은 한 방향으로 불었다

그의 바람이 붉게 깃든 서쪽 산을 향한 듯

심도학사(尋道學舍) 서재 창밖에는

이 겨울에도 손 뜨거워 미끄러지는 노을이

차가워도 붉게 부는 저물녘 바람과

뜨거워서 붉게 물드는 바람의

생을 담았을

입에서 쏟아지는 장황한

글만 같다

철새도 다 날아가서 고즈넉이 퍼지는 노을이

그의 생과 같다는 생각

황혼까지 그의 생을 이끌어온 건

한 자 한 자 글과

한 방울 한 방울 땀과 의지이었겠지만

그때마다 그를 일깨운 건

고요를 깨며 불려가는 바람 같은

심도에 학사 세울 바람뿐이어서

이 황혼에야 겨우 마음자리 붉게 물들었다

글을 괴어 계단을 만들어 적멸의 도장(道場)으로 가는

저 무한한 경지에 나는 서 본다

삭풍에 불려온 생에

철새 날개 쉼인 듯 내려앉으면

서산을 미끄러지던 노을도

까뭇이 눈 감는

*심도(深到); 심오한 도리를 깨침.

*심도(尋道); 강화도의 옛 지명

*도장(道場); 수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