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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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나는 매일 춤을 추는 짓을 한다
휴대폰의 진동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
그것이 유일한 소망이었으나
유기견처럼 목줄없이 서성이게 된다
붙잡아둘 무언가가 없다는 것
스스로 매일 밤 잠들지 못하고
밤 길을 차로 달린다
가드레일과 앞차 뒷차가 보인다
그때마다 돌아가는 고개
그 안에서 나는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보지않는 것은 불필요한 것들 뿐
그녀의 고개를 돌리지 못해 마음 졸이던 흔한 날
그녀와의 술자리에서 회전으로 돌던 선풍기를
오직 나를 위해서만 고정으로 바꿔버렸다
싸늘했던 그 시선
돌이킬 수 없다
바람이 불어온다
나를 향해서만 불어온다
바람의 고개는 오직 나를 향하는 것만 같다
결국 아무것도 없는
시린 지나감
오직 괴롭다
오직
결국
나는 고개를 돌려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댓글목록
곽진구님의 댓글

흑..굿하시네요. 그대로 코드 뽑으면 낭패, 다음 여름 올 때까지 그대만 보고 있게됨, 억지로 코드 뽑지 말고, 다른 사람이
"니만 덥나?"하며 회전 스위치 누를때까지 기다리심이..ㅋㅋ 시가 유연하고 물 흐르는 것 같음요. 진동은 은밀한 떨림인데..조용한게 좋죠. 굿한시 잘 읽고 가는 아침입니다.
황현우님의 댓글의 댓글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 자체가 시네요 ㅎㅎ
곽진구님의 댓글

가을 선풍기
코드가 뽑혔다
고개를 돌리고 싶어도
이젠 어쩔 수 없이
너만 보게 되었다.
머리를 따고 프로펠러에 엉겨붙은
기억을 씻어내고,
보따리를 씌우며 고개를 돌린다
이젠 가을이다
곧 겨울이다
제 바람에도 추운데
플러그 뽑힌 기억은 냉동된다.
ㅋㅋ 언젠가 1연을 쓰놓았는데 님의 시를 읽으니
아침부터 바람 켜서 죄송하고요
황현우님의 댓글의 댓글

비슷한 시를 쓰고 계셨나보네요 ㅎㅎ
선풍기 켜놓으셔서 그런지 바깥이 춥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