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겨울 > 창작시

숭숭 구멍 뚫린 자리의 빈 공간을
이빨 부딪는 소리를
더듬어 의지한 채
긴 밤을 새웠을 수많은 박스

차갑게 내린 물 한 잔을 받아먹은
커피포트는 우르르,
뽀글뽀글 거리면서
하얀 김을 올리는데

골다공증에 걸린 듯한 사무실 온풍기에선
연신 바튼 기침소리만 내고 있다

보신 제로 가득히 채워준 기름도 마뜩잖고
심폐소생술을 하듯
지긋이 눌러주는 손의 마사지도 귀찮은지
쿨럭쿨럭

또다시 쿨럭

폐부 깊숙이 찐득한 고름이 번지듯
녹슨 온풍기의 겨울은 춥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