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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4)동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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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5회 작성일 17-01-11 20:45

본문

동치미

아무르박

소금물에 곰삭은 무를 씹는 게 동치미라네

무의 질량을 소금물에 둥둥 띄우는 밤

연탄아궁이에 둘둘 만 양발을 빼꼼히 열어 두었네

뒤꼍 처마 밑에 묻은 장독대로

도둑 갱이 담을 타듯 슬금슬금 안방 눈치를 보다가

칼을 벼리는 장독뚜껑 소리 조마조마 잠재우고

삶는 감자 간을 보듯 젓가락으로 푹푹 찔렀네

찌르다가 찌르려다가 찔렀으므로 훼딱 뒤집는

무

맨손으로 건져 올리면 얼마나 통쾌한가

씨알 작은놈은 간밤에 서리맞고

튼실한 무 하나 놋쇠 젓가락에 엮었네

손톱 끝에 테를 두른 때만큼이나 깜깜한 밤

은장도 같은 놋쇠 젓가락

누이들 품에서 하나씩 꺼내 놓았네

부엌칼로 쪽을 나누면

입가에 번져가는 알 수 없는 야릇한

연탄 불구멍 같은 연대감

크게 한입 베어 문 동치미 무

그 소리 들릴까 들어버릴까

창호지를 덧댄 창살 넘어 안방의 동태를 살피다가

지그시 누르면 배어 나오는 침을 주체할 수 없어

후루룩후루룩 누런 코를 삼키듯 입을 모았네

솜이불을 둘러쓰고 사각사각

한밤에 눈 밟는 소리처럼 사각사각

놋쇠젓가락이 입술을 핥더니만

누이들의 소곤거리는 이야기 소리에 잠이 들었네

이런 석을 년들

아궁이는 누가 열어젖힌 겨

아까운 연탄 다 탔네 다 탔어

아슴푸레 들려오는 어머니의 삼발이 패대기 치는 소리

들리든가 말든가 누가 듣든가

시치미 뚝 떼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신문지 타는 메케한 연기

내가 장독뚜껑을 닫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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