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0) 잇다 * > 창작시

한 홉의 땅만 있어도 집을 짓던 부친, 저 고목이다

춘천의 이층집, 김화 골짜기 산막 같은 초가

이주 촌 방 2개짜리 기와지붕 농가

달동네 다락방 딸린 슬래브 집까지

그때마다 집터에서 돌을 캐내긴 하셨어도

저 고목처럼 뿌리를 심는 것은 본 적이 없다

혹시 기초라는 게 뿌리인가?

매번 석삼년을 버티지 못한 채

이곳저곳 근근 전전하시다가

평생에 당신 누울 땅 한 평 없이 가시며

황해도 집은 뿌리가 깊다 하셨는데

부친이 안 계신 결혼은

길이 보이지 않는 황무지였다

아이를 낳고 겨우 집 마련을 하면서

부친께 이어진 나와 내게 이어진 아이를 느끼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친의 고향

훤히 뀀에 깜짝 놀라서

그때야 부친이 심어 놓은 뿌리를 본다

꿈에도 잊지 못할 고향 집 향하시던 부친

그 손을 잡고 선 나

비로소 고목 같은 황해도 집의 깊은

뿌리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