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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그 사려 깊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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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실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9회 작성일 17-01-04 13:58

본문

비움, 그 사려 깊음에
 
                                         실강
 
우유를 한 컵 마셨더니
뱃고동소리인지
기차 발통 굴러가는 소리인지
세탁기 배수구가 꿈틀거리듯
뱃가죽을 흔들어 대느라 정신없는 창자들
이렇게 빨리 돌직구를 날려도 되는 건지
쪼르르하는 목넘김 소리
끝나기도 전 쥐어짜는 아픔을 주네요
 
몸에 좋으라고 먹었던 영양제 한 알
어지러움에 구토 증세를 일으키고
몃진 풍광인 줄만 알았던 것들
때론 철퍼덕 허니 떨어졌다 튀어 오르는
의아함을 수반하기에
비우고 내려놓는다는 건
지극히 어렵고도 아픈일인가 봅니다
 
그래도 비울 건 비우고
내려놓을 건 내려 놓아야 하기에
연신 화장실을 들락거려서라도
내 안에 가득히 들어차 더렵혀진
항문의 키를 잘 조율해아겠어요
 
아깝다는 미련과
버리지 못하는 집착은
언제나 더부룩한 변비라는 묵직함을 안겨주기에
반강제라도 비워내야만 하는 것
고약한 향기 우주 밖으로 슈웅 하고 
날려버려야 하는 것
 
비움이란
뒷간을 가듯
매일매일 반복되어야 하는 사려 깊은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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