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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가는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명주5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49회 작성일 17-01-05 14:10

본문

극락 가는 길

                이 명 주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왼편으로는 넓은 신작로가

오른 편엔 협곡이 깊고

앞이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아내와 아이가 오솔길로 먼저 들어섰는데

얼마 후 보이질 않자 따라나섰다

왼편 마차 행렬을 따라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떠났고

길에 들어선 지 얼마가 지나지 않아

곰과 거대한 멧돼지들이 사냥을 시작했다

 

황급히 들어선 길은

나뭇가지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았고

경사가 깊은 협곡에 들어서자

그 길에서도 암사자가 사냥감을 찾아

반대편 높은 언덕에서 어슬렁거리고,

겁에 질려 무작정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다행히 사자는 노루 한 마리를 입에 물고 떠나고

나무에서 가까스로 내려올 수 있었는데

길에 다시 들어서자 이정표처럼

진줏빛으로 눈이 동그란 소녀가 왼편을 가리켰고

그 길을 따라 올라간 곳엔 사람들이

요정 마을 같은 곳에 집집마다 불을 켜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무작정 처음 방문한 집에서

금발의 놀란 여인을 보았는데

곧이어 마당으로 키가 작은 수사들이 들이닥쳐

수갑을 채운 채 감옥으로 끌고 가려 하였다

수사 중 대장 격인 한 명이 직업을 물었고

시인임을 밝히자 마을 뒷편에 위치한 언덕을

넘어가라고 손짓했다

언덕은 숨이 막힐 것처럼 가팔랐고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곤 돌부리 몇 개가 전부였다

숨을 토해내며 기어이 언덕을 넘어 올라섰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혼(魂)이 압도 당했다

거대한 부처상들이 조각된 검은 거산들의 장엄한 위용에,

발아래는 푸른 들판이 펼쳐지고

풍성한 곡식과 채소들을 수확하는 금발의 여인들과

수확물을 싣고 사슴들이 끄는 마차들이

쏜살같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추천0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치 요기(요가를 하는 사람)들이 잠시 다녀온 것을 본듯한
참으로 사후에 대한 상상력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잠시 머루르다 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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