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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심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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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헤엄치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6회 작성일 17-01-05 23:01

본문

나는 하늘이 심은 꽃.
폭풍우 휘몰아치던 날 씨가 아주 먼 데서 왔고
벽력이 판 뜨신 구덩이서 안락하였네.
양수가 내렸고
긴 잠, 햇볕이 깨우쳐 활짝 피었소.
꽃으로 살어리라 천정이 요동쳤으니
내를 심은 게 응당할 테요.

나는 하늘이 심은 꽃.
내도 씨앗일 적 무지개 대궐 나설 때가 생각나
흰 봇짐 인 행객 걸음이 동동 가벼운 듯하여
그 사람 구름인 줄 알고, 가실 데 궁금하던 일 겪소.
마침 꽃잎 가누기 선선하여 꽁무니바람에 향기 둬보았네.
콧등 간지러운지, 어이-취! 허고 시원한 재채기뿐
난달에서 길목 틀 때 한 번 돌아봐 주면 성찰 테로나
구름은 흘러가기 바쁜 게 일이오.
뉘 간장에 애틋한 빗물 내릴 수 있다면 썩 괜찮히 산 거였을
그 구름들은 매양 움직여 무릎 밑 잘 못 보지마는
이 작은 꽃은 누구 알아주지 않아도 향기로와 줄 터
그것이 내 할 일인 건, 살아서 자연스레 깨달았소.

나는 하늘이 심은 꽃.
땅에 심궈지기 전 별이던 기억 모를 리 없다.
산 몇 개 너머 부처님이 손바닥 펼 때 되도록
효로曉露로 별이 함께 영롱하던 밤을 지새, 어둠이 두렵지 않았소.
아가 너희도 어서 와 피어 보려무나
저어 가부터 땅 비탈로 빛 꼬리 치우칠 때
꽃 한 송이 또 피는 걸 모를 리 없다.
낮에는 나비도 벌도 보듬고
구름도 마중하느라 손님 많고
밤에는 가족처럼 긴 밤 나는 별과 잠드니
외로운 겨를 없어 그것참 궁금하기도 했었나 싶소.
이러니 복에 겨웠던 꽃이라네.

나는 천수를 누린 꽃.
움튼 곳에서 족히 향기로웠으며
바람과 소리와
별과 비와 구름과 스친 모든 걸
무릇 어여삐만 앓았다네.
아, 비록 연약한 한 송이일지나
꽃잎 단 하나도 악의로 쓴 적 없고
내 향기 스스로 의심할 리 않고
세상을 무릇 어여삐만 여겼소.
그리 정신 못 차리고 흠뻑 취하느라
어느새 날 데려가려 오신 게지
땅도 온통 구름 씌더니
하얗게 잊고 살던 내 고향, 그 하늘로 바뀌면
이로써 한 해를 살어
명분 다 하고 나들이 끝맺기 직감치만
무슨 슬픔이 남겠소. 
두 해는 과분이오, 그런 한 해를
이 작은 꽃 하나는, 그려
고작 미미한 꽃 하나가
저 드높은 데서 왔다 맘 믿고서는
한평생을 후회 없이 아름다워보았네.
기왕 예쁘게 살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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