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이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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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태생은 손이었다
대지의 소식을 듣기 위함이었지
분명하게 구별되는 경계선을 지니고
깊이의 덩어리 만져 보는 일이란
늘 손에 잡히는 대지의 한부분과 사랑하는 행동의 실천이었지
그의 태생은 팔 길이의 일부분이었지
조금 먼 곳의 대지에다
자신의 몸 심었다가
흙의 숨결 하나씩 들어내는 일이었지
숨결을 들추어내다가 흙의 소리에 일방적은 사랑을 해버린 바보였지
그의 태생은 늘 같은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지
앞, 뒷면의 짧은 거리로 하나인 것처럼 살았기에
같은 무게를 서로 공유면서
서로 떨어질 수 없었지
그런데 양면 이라는 의구심이 자꾸
나의 태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일까
나의 마음도 몸도
앞뒤가 구분되어 살고 있는데
한번쯤은 서로의 소리와 깊이를
한 삽 두 삽 떠 볼일이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삽, 이라는 이름은 왠지 명사, 이름씨 같지가 않지요?
소리씨 같지요
풍부한 상상력으로 풀어본 시인님의 시,
재밋게 읽었습니다
늘 건필 문운하십시요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삽이라는 이름 왠지 조경하시는 분들이 생각나지요. 토목일 하시는 분도 생각나고요
막삽을 한삽 두삽 뜨면 제 손바닥이 꺼끌해지고 모양도 달아지는 것이
우리내 인생살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왜소한 팔로 흙의 살점을 걷어내는 삽이라는 이름
잘못하면 반생이로 삽의 손바닥을 후려쳐줘야 찌꺼기가 제거 되지요.
깊은 여운이 남는 시편입니다. 잘감상하고 한참을 머물다 가옵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