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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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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8회 작성일 16-12-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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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다가
김치 한 포기 썰어낸다
목이 멜까 물 한잔 뜨고 나니
달걀을 풀기도 전에 라면이 풀어졌다
소반에 받쳐 든 라면 하나의 반
어머니의 방에 들인다
부스스 풀어진 파마머리
푹 삶은 머리발이 라면 같다
뿌리부터 흰 줄 알고 있었지만
파는 씨를 뿌리고 나면 첫서리에 겨울든다

TV는 동화 속의 걸리버 여행기
저녁 8시 뉴스를 하기 전에 주무신다
가요 무대는 초 저녁에 편성할 수 없는 것일까
김동건 아나운서가 늙었다
머리맡에 라디오는 파리 새끼마냥 잉잉거리고
노크 소리에 잠이 깬 어머니
나는 저녁 먹었다~
손사래를 치신다
어머니는 머리맡에 라디오를 끄시고
나는 무음의 동화책을 덮고 방불을 끈다
어머니는 다시 긴긴 겨울잠에 드신다

둘째 아들이 차려 준 밥상을 받았다
김치볶음밥에 찬물 한잔
갓 썰어낸 김치 한 접시
아내는 오늘도 야근을 하나 부재중이다
할머니는 저녁 드셨냐~
요즘 들어 말수가 부쩍 적은 아들이 고개를 까 닦인다
너는~
엄마가 들어오시면 같이 먹으려고요~
나는 차마 라면을 먹었다는 말을 할 수 없어
아들의 밥상을 받았다

아들, 이 아비는 아들의 밥상을 받으면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상을 받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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