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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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충분히 아름답다
이 세상에 그대가 올 때는
신이 그대의 마음에 꽃씨 하나 심어 놓았다
인생의 꽃은 단 한 번 피는 꽃이려니
언제 그 꽃이 필까를 알지 못한다
겨울에 태어난 그대
저 언 땅에 꽃씨 하나
봄을 기다리고 있음을 의심하지 말라
희망이란 그런 것이다
겨울에 피는 꽃도 있으려니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리기를 기다린다
비탈진 산길을 오르 내리는 어머니
우편함을 찾아가는 우체부 아저씨
산동네 아파트 마트배달부
손수레를 끄는 할머니의 고행을 알고부터
그들은 성자다
철들고부터 시름시름 흐린 날이 많았다
필 듯 필 듯 아니 피는 저 꽃을 기다리기에
겨울 숲은 삭정이마다 관절 꺾는 소리가 들린다
혈류를 타고 흐르는 저기압
이 바람은 태평양을 향한 시베리아의 기단 때문이리
사람의 숲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외로움에 익숙해졌다
이기심에 타협하는 순간부터 거리마다
캐롤이 사라졌다
스님은 벼랑 끝 암자에 안거 들고
성당의 종탑은 울울창창 높아만 가는 담벼락 안에 있다
난세에 종지부 찍든 그 많던 영웅전은
다시 쓰고 다시 읽지 않는다
성자가 이 땅에 복음을 전하는 크리스마스이브
떼까마귀 전깃줄에 앉아 잠을 청한다
북풍한설 겨울 숲의 환란을 피해 왔건만
도시는 아스팔트에 보도블록에 자동차 지붕 위에
똥 세례를 퍼붓는다
그대는 이미 꽃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물 주기를 게을리하였건만 활짝 피워 준 난꽃
그대는 이미 난을 들이고부터 마음속에 꽃을 피운 것이다
신이 만들지 못한 향기는
오직 그대만을 위한 것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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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박님의 댓글

그대는 충분히 아름답다
겨울에 태어난 그대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리기를 기다린다
철들고부터 시름시름 흐린 날이 많았다
사람의 숲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외로움에 익숙해졌다
난세에 종지부 찍던 그 많던 영웅전은
다시쓰고 다시 읽지 않는다
그대는 이미 꽃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신이 만들지 못한 향기는 오직
그대만을 위한 것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