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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반창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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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39회 작성일 16-12-25 02:35

본문

야근하신 어머니의 몸에 파스 냄새가 났다
퉁퉁 부은 두 눈에 핏기없는 하얀 얼굴
수돗가에서 새벽을 길어 올리면
어느 집 마당에 암탉이 울고
밥 익은 부뚜막에 쌓아놓은 누런 도시락

내 왼쪽 젖꼭지에는 안티푸라민이 발라졌다
딱지를 잃고 온 날 저녁에도
동네 형에게 이유 없이 매를 맞은 날도
누명을 쓰고 화장실 청소를 한 날에도
참, 이상하지~ 뛰던 심장이 분노를 잊었다

벌에 쏘이면 된장
모기에 물리면 조선간장
화기를 누르는 감자
벤 상처에는 담뱃가루
지혈은 황토
피멍은 치자 물이 든 밀가루 반죽
모든 상처 소독은 과산화수소
금방 바르면 낳을 것 같은 빨간약
곪은 상처에 고약은 냄새가 역했다

연탄가스 중독에
빙초산으로 정신이 들었을 때 마당에 누워
하늘이 무너진다는 건
저렇게 노랗구나~생각했다

어머니의 몸에는 여전히 파스 냄새가 난다
단전호흡 기체조 택견
흥겨운 춤사위 노래교실
역사탐방 포켓볼
일상이 되어버린 시장 둘러보기

어머니는 이제 새벽을 길어 올리지 않는다
밥통이 밥을 하고
세탁기가 빨래한다
김치 냉장고에 김장독을 묻고
마트를 창고에 냉동고에 옮겨 놓았다
쇼핑은 인터넷으로 한다

나는 더 자주 넘어지고 더 자주 하늘을 본다
비가 내리거나 노을지거나 어둑해지면
흠뻑 젖은 상처를 동여 멜 수 없어
어머니의 구급상자에 비상약을 찾는다
파스뿐이다

상심한 내 심장에 반창고를 붙였다
이러다가 상처가 덧나면 어쩌나














추천0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스 안티푸라민 된장 간장...
참 정겨운 치료제 였었지요
어릴 때 친구랑 편갈라 돌멩이 질 하다 대갈통 터졌을 때
어머니는 망설임 없이 된장을 발라 주셨지요
아마 만병통치약쯤으로 생각했던 시절 있었지요
추억 떠올리는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아무르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리 크리스마스 하더니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가평에 있는 프랑스 마을
쁘띠프랑스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장인 장모 그리고 아내와 넷이서 갔습니다.
저는 연신 사진을 찍는데

"이 사람아, 늙은 영감 할마이 뭐할라꼬 찍노" 하신다.

"어머니, 남는 건 사진뿐입니다."

입장부터 경로 할인을 받고 기분이 좋으신지
입가에 미소가 흐릿하게 번졌습니다.
딸 여섯 중에 하필
먼 미국땅에서 고생했던
약학박사 둘째 딸이 지난달에 폐암으로 죽었습니다.
상심이 얼마나 크셨으면
두 분의 얼굴은 살 거죽만 남아 있었습니다.

"아버님, 주꾸미를 메운 놈으로 주문했으면
큰일 날 뻔 했지요?"

장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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