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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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죄 / 테울
이승의 곡간을 어지럽힌 쥐의 죄목이다
가만히 있는 가마닐 뜯어버린 행패에서부터 그 속내를 헤집어 쥐똥을 누어버린 농간에까지 누가 보더라도 그 증거는 분명한데 공모 여부를 떠나 그 안에 들락거린 것들은 적어도 서로 눈총을 겨누다 각자 꼬릴 감추며 방조를 하였으니 누가 뭐래도 확실한 공범일 텐데 제 덫에 걸려 찍찍거리는 꼬투릴 잡고서도 여태 옥신각신이네 스스로 그 죄를 자백했는데도 곤장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이러쿵저러쿵 뒷북소리만 야단법석이네
이미 제 뱃속을 채운 건 어차피 어느 가난한 시인의 노자처럼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저 세상으로 갈 여비로 쓰고도 넘치겠지만 놀부 심보 같은 저 꼬라지들 빈 곡간으로 옮겨버리면 그만일 텐데 주둥이를 묶거나 주리를 틀면 그만일 텐데 이미 처먹은 건 똥으로 누든 싸든 갈기든 그 형량을 다 채울 곳은 저승뿐이라는 걸 스스로 알고도 남을 텐데 이쯤이면 배가 불러 어느 뒷간에서 생떼를 쓰는 어린 왕자 같은 늙은 공주도 그쯤은 알고도 넘쳤을 텐데
적어도 이승의 곡간을 농락한 그 댓가쯤은...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고문(기술자) 면허증을 가진 이근안이 없으니
날 어쩔래? 요런 거 이니겠어요?
"뭐, 죽을 죄가 별거냐? 시녀로서
눈도 못 맞추었다가, 식모(박지만의 말)로
전락한 죄지!"
또 한 쪽은 단 1원도 안 먹은 죄일 테고....
ㅎㅎ
김태운.님의 댓글

동시에 들락거리셨군요
눈총이라도 봐가며 들락거리시지, ㅎㅎ
꼬리만 슬쩍 내밀고 곡간을 빠져나왔는데,
웬걸 우물이 비칩디다
풍덩 빠졌다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쇄사님의 댓글

분명
죽을죄를 지었으나
살 방도가 있는데
죽기로 작정했는지
도무지 살길을 찾지 않으니
죽여주는 수밖에 없지만
저거 하나 죽인다고
바뀔 것 같지도 않아
이참에 깡그리 죽여야 하건만
어느새 이쪽이 저쪽 되고
저쪽이 이쪽 되니.... 뽑은 죄가
죽을죄!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그렇군요, 뽑은 죄가 뽑힌 죄보다 더 클 듯합니다
이참에 너도 죽고 나도 죽고...
깡그리, ㅎㅎ
감사합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그 죄를 사하노라, ㅎㅎ
늘 해피세요
책벌레09님의 댓글의 댓글

아, 역시 죄를 사죄받으려면
해피세 하는 방법밖에 없겠군요.
감사합니다. 해를 피하세 (해피세)
악마와 천사 (동시)
정민기(책벌레)
병원에 주사 맞으러 가서
신나게 떠들면서 놀다가
간호사 누나한테 혼났다
"여기가 놀이터인 줄 알아?
그렇게 뛰어놀려면
얼른 밖에 나가서 놀아"
진짜로 무서운
간호사 누나라 생각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병원 매점에서 컵라면을 샀다
일층 로비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으려는데
아까 그 간호사 누나가
뜨겁다고 직접 뜨거운 물을
컵라면 용기에 받아준다
"뜨거우니까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호호 불어먹어"
악마였던 간호사 누나가
갑자기 천사로 보인다
내 눈에 뭐가 씌워도
아주 단단히 씌었나 보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해피세요/ 해피하세요의 준말, ㅎㅎ
책벌레09님의 댓글의 댓글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해 피할 이유가 없어요.
해 피하시면 추워요.~ㅠㅠ
김태운.님의 댓글

이 피 저 피 좋다 싫다 하지말고 이왕에 생피를 마시면 훈훈해져요
책벌레09님의 댓글의 댓글

네, 생피. 선짓국 한 그릇씩 합시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이제 그만
책벌레09님의 댓글의 댓글

네,
callgogo님의 댓글

문장, 깊은 울림으로 읽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어쩌다 시답잖은 비문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죄가 단단해 지면 점점 대범해지고 깐깐도도해진다는...
여실한 실태를 우리는 적나라하게 보고 있습니다. 세태는 그만 잠잠해져야 할텐데요.
적나라한 시편을 지금 목도하고 있습니다. 시원한 배설 구수한 어희에 머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 작태가 마치 곡간을 어지럽힌 생쥐들 같다는 생각입니다
밟아죽여도 시원찮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