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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有機)를 유기(遺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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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8회 작성일 16-12-21 14:09

본문

유기(有機)를 유기(遺棄)하다

 

이영균

 

 

출근길 저 측은한 눈

벌써 여러 날째 그 자리에서 발목을 잡는다

 

하품 쩍쩍해대도, 배 깔고 쭉 늘어져도

천하에 간섭할 자 하나 없는 낙원

들며 날며 친한 척 어르는 그들과의 집구석

 

‘일어나라, 밥 먹어라, 공부해라.’ 간섭과 잔소리

‘나와 같았겠지.’

‘그래도 편한 줄 몰랐든 집이 좋았겠지.’

 

귀염이니 충성이니 팔아야 그 집의 일원인 처지

일원이기보다 혼자가 더 편하리라는 생각에

훌쩍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었겠지?

 

담백하게 살리란 것이 가출로 이어진 것일까?

말이 통하지 않아 초라함만으로 유기라 단정하여

혐오부터 하는 건 아닐까?

 

상황은 수척한 몰골에서부터 유기라 짐작하게 한다

습성과 습득을 보며

동행과 첨부 어느 쪽에 가까웠을까?

함께할 일원으로 봤을까?

필요에 의한 소모적 존재로 봤을까?

 

소모적 존재였다는 선입견 탓에 나는

그래도 일원인 게 위안이 된다

총총 유기의 현장을 뒤로

출근길 덤덤하게 휩쓸려가는 평범한 일상

 

 

 

* 유기(遺棄); 내다 버림

* 유기(有機);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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